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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10.06 존 템플턴 경 [경인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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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템플턴 경(Sir John Templeton)
2008년 10월 06일 (월) 김흡영
             

김흡영
(강남대교수·한국과학생명포럼대표)

세계 경제를 주름잡던 월가가 붕괴직전에 이르렀다고 한다. 20세기를 풍미했던 월가의 드라마도 이제 그 화려했던 막을 내리려나? 그 월가의 신화였고, 증권의 귀재로 회자되었던, 얼마 전 작고한 존 템플턴 경이 생각난다. 세계 언론은 "21세기 최고의 금융가·자선사업가"로 그를 칭송했다. 그는 "세상에서 가장 저평가된 투자종목은 영적 진리"라고 하며 영적 진리 탐구를 위해 소위 종교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템플턴상을 제정하였다. 그는 탐욕에 가득찬 월가에 인간미와 영혼을 불어넣었던 인물이었다. 이제 의인이 가니 영혼을 잃은 월가는 소돔과 고모라와 같이 사라지려는 것인가?

나도 템플턴 경과 적잖은 인연이 있다. 템플턴 재단은 과학과 종교의 세계화에 관한 상을 수여했으며 여러 연구프로젝트들을 지원해왔다. 수년전 필라델피아에서 개최되었던 템플턴 재단 자문위원회에서 그를 만난 적이 있다. 초청 게스트로 참석했던 나는 90세가 넘는 나이에도 석학들 사이에 조용히 앉아 그들의 토론을 경청하며 깊은 생각에 잠겨있는 시골 할아버지와 같은 인상을 가진 그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에게 다가간 나는 다짜고짜 한 마디를 던졌다. "나는 한국에서 당신에게 십일조를 받으러 왔습니다. 지금까지 한국 주식시장에서 많은 이익을 거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제는 당신이 그 빚을 갚을 때가 되었습니다."

그는 역시 거인이었다. 껄껄껄 웃으면서, "필요하면 내야지요!"라고 대답했다. 우리는 금방 서로 거부감 없는 대화를 할 수가 있었다. 그는 전쟁의 폐허 위에 한국인이 이루어낸 놀라운 발전을 칭찬하며, 한국인의 근면성에 대해 경의와 한국에 대한 애정을 표했다. 그리고 한국 기독교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을 표명했다. 유명한 한국목사 한 분의 공적에 대해 자세히 물어왔다. 아마도 템플턴상을 고려하고 있는 듯했다. 바하마에 있는 그의 별장을 한 번 방문하기로 약속했으나, 그의 건강악화로 그 일은 성사되지 못했다.

사실 그가 심혈을 기울여 온 필생의 사업은 인류의 미래를 위해 과학과 종교의 대화를 촉진하는 것이었다. 그는 막강한 힘을 가지고 엄청나게 발전하는 과학에 어쨌든 고삐를 매고자 했던 용감한 사람이었다. 그는 과학자들에게 지금 실험하고 있는 첨단 과학기술이 인류의 미래에 무슨 가치가 있는지 진리와 무슨 관련이 있는지 따져보는 큰 질문(Big Question)을 해보라고 도전했다. 그리고 그러한 연구를 하는 최고의 과학자들과 학자들에게 연간 7천만 달러에 상당하는 막대한 연구비를 아낌없이 지원했다. 마찬가지로 신학자들과 종교인들에게 과학시대의 인류를 위한 나침반을 제공하기 위해 과학을 공부하고 과학과 대화할 것을 주문했다. 그것을 위해 그는 겸손의 방법론(humble approach)을 제창했다. 인류의 미래를 위해 과학자들과 종교인들이 배타적이고 독선적인 태도를 버리고 겸손한 자세로 서로 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탐욕적 월가에 영혼을 불어넣었던 것처럼, 안하무인인 과학계에 영성을 접속하려 했던 것이다. 나는 이 방법론을 동아시아적 맥락에서 과학과 기독교와 동양종교 간의 삼중적 대화로 발전시켜왔다.

한마디로 그의 생애는 크리스천의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한 귀감이다. 엄청난 부와 능력을 가졌으면서도 신과 이웃에 대한 겸손과 헌신을 끝까지 실천한 그의 일생은 근대화의 많은 반사이익과 기득권의 특혜를 누리면서도 아직까지 천민자본주의의 치졸한 집단이기주의적 행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국 교회와 기독교에 큰 메시지와 영감을 던져주고 있다. 다시 한 번 깊은 애도와 감사의 마음으로 고인의 명복을 빌며 그의 영전 앞에 이 글을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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