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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12.30 절망에서 희망으로
 
절망에서 희망으로
초라한 구유위서 태어난 아기예수… 힘들수록 자신 비우고 초심 회복을
2008년 12월 29일 (월) 김흡영
             
김흡영
(강남대교수·한국과학생명포럼대표)
일상의 삶에 파묻혀 살아갈 때 우리는 지금 누리는 풍요가 얼마나 행복하고 감사한 것인지 알지 못한다. 고난에 부딪쳐봐야 비로소 그것을 깨닫게 된다. 한 가지 좋은 방법은 동남아나 아프리카의 제3세계 나라에 선교나 자원봉사를 하러 나가는 것이다. 절대빈곤 속에서 억척스런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생명의 진실을 체득하게 된다.

최근 연예인들의 계속된 자살 사건들을 목격하면서, 그들이 제3세계에 자원봉사라도 한번 나가보았더라면 그런 귀한 생명을 스스로 끊는 일을 하지 않았을 텐데 하며 안타깝게 생각한다.

수년전 케냐를 방문한 적이 있다. 안내를 맡은 선교사가 세계 3대 슬럼가의 하나라는 나이로비 빈민촌에 데려갔다. 슬럼어구에서부터 그는 "어제도 이곳에 시체 여럿이 나동그라져 있는 것을 보았는데 오늘은 없네요"하며 겁을 준다.

정말 그 슬럼은 형언하기 어려울 정도로 열악한 곳이었다. 심한 악취가 풍기며 불결하기가 짝이 없다. 이 골목 저 골목으로 나를 데리고 다니더니 그는 한 수를 더 뜬다. "목사님! 이곳에 오셨으니 심방도 하셔야지요. 이곳에 에이즈 걸린 환자가 있는데 들러서 기도해주시죠"하며 한 허름한 곳으로 인도한다. 어두컴컴한 그 안에는 여인 둘과 한 아이가 있었다. 어둡지만 두 여인의 야윈 모습에서 중환자였음을 금방 알 수 있었다.

기도하란 부탁을 받은 나는 솔직히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야말로 최악의 한계상황이었다. 절망적 상황! 이곳에서 내가 무엇을 기도할 수 있단 말인가? 잠시 침묵이 흐른 후 나는 기도를 시작했다.

그 순간 나는 놀라운 체험을 하게 되었다. 바로 그 곳에 예수께서 임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그 절망과 죽음이 지배하는 그 자리에 희망이고 생명이신 구세주가 그들과 함께 모든 고통을 감내하고 계셨던 것이다.

그래서 기도를 하던 내가 오히려 큰 감명을 받았고, 그리스도는 고난받는 사람들과 함께 계신다는 사실을 확신하게 되었다.

아기 예수 탄생의 신비는 우리를 겸손케 한다. 그가 탄생한 곳은 로마 제국의 화려한 구중궁궐이 아닌 한 식민지국의 변두리에 있는 베들레헴이라는 초라한 마을이었고, 그것도 가축의 먹이를 담는 구유 위였다. 가장 높은 곳에서 오신 그리스도는 고난의 종으로 가장 낮은 곳에 임하셨다. 그리하여 높은 자가 낮아지고 낮은 자가 높아지는 신비로운 역설의 사건들이 시작된다.

바울 선생은 이 역설을 '자기비움'(kenosis)으로 설명한다. "그는 근본 하나님의 본체시나 하나님과 동등됨을 취할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시고 오히려 자기를 비워 종의 형체를 가져 사람들과 같이 되었고 사람의 모양으로 나타나셨으매 자기를 낮추시고 죽기까지 복종하셨으니 곧 십자가에 죽으심이라."(빌립보 2:6-8)

올해의 크리스마스는 매우 조용했다. 예전처럼 크리스마스 캐럴 소리가 들리지 않고, 시즌을 알리는 분주함과 화려함이 보이지 않는다. 갑자기 들이닥친 경제위기가 모두를 움츠리게 하고 있다. 더욱이 선진국입구에 도달케 한 고속의 경제성장 그리고 그에 따르는 허탈감과 비인간화에 대한 후유증이 심각하다. 높은 자살률은 그 한 예이리라.

그러나 이러한 때일수록 아기 예수 탄생의 신비는 우리에게 힘을 불어넣어 준다. 그것은 그 비밀이 바로 다름 아닌 '절망에서 희망으로' '죽음에서 생명으로' 반전케 하는 역설의 좋은 소식이기 때문이다. 가장 낮아졌을 때에 자신의 진면목을 볼 수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겸손하게 자기를 비우는 것이다. 그러면 그 역설의 신비한 반전에 동참할 수 있다. 그러니 자신을 비우고 고생했던 그 시절의 초심으로 돌아가자! 결코 실망하지 말고 희망을 갖자! 어려울수록 주위를 돌아보며 허우적거리는 이웃의 손을 잡아 주며 함께 이 절망적 위기의 상황을 극복하자!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서서 소망과 꿈을 가지고 새해를 맞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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