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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05.12 이기적 유전자? 이타적 인간?[경인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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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 유전자? 이타적 인간?
2008년 05월 12일 (월) 김흡영 webmaster@kyeongin.com
             
김흡영
(강남대교수·한국과학생명포럼대표)
인간은 본래 선한가? 악한가? 맹자는 성선설을 주장했고, 순자는 성악설을 주장했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원죄론을 주장했고, 펠라기우스는 원의론을 주장했다. 과연 성선설과 성악설, 원죄론과 원의론, 동서양 모두에서 상반되는 견해들 중 어느 쪽이 옳은 것일까?

영국 옥스퍼드 대학의 유명한 사회생물학자 리차드 도킨스는 유전자의 시각에서 인간은 철저히 이기적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그에 따르면, 우주에 생명이 존재하기 위해 필요한 '유일한 실체는 불멸의 자기 복제자'인 유전자이다. 사람과 모든 동물은 이 유전자에 의해 창조된 로봇 생산기계에 불과하다. 긴 수명의 불사신 같은 유전자는 우리 몸을 자기복제를 위한 생존기계로 사용한 후 무참하게 버린다. 생명체의 기본단위는 어디까지나 유전자이고, 세포는 유전자의 화학공장이고, 인간의 몸은 유전자의 군체(colony)이다. 유전자는 컴퓨터(매트릭스) 디자이너처럼 우리를 자기의 생존기계로 만들고 그 속에 앉아서 우리의 행동을 제어하고 조종한다.

이런 유전자의 시각에서 보면 자기보다 남을 우선적으로 돕는 '이타주의는 악이고 이기주의는 선이다'. 개체의 수준에서는 이타주의로 나타나 보이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유전자가 자기의 숫자를 최대한으로 증식시키기 위한 계산된 이기주의의 산물일 뿐이다. 유전자의 특성은 자기복제자인데, '신종의 자기복제자가 최근에 바로 이 행성에 등장'했다. 그것이 바로 '문화적 유전자', 곧 '밈(meme)'이다. 언어를 비롯하여 의복과 음식물의 양식, 의식과 습관, 예술과 건축, 기술과 공예 등이 모두 밈이다. 유전자가 정자와 난자를 운반체로 하여 몸에서 몸으로 날아다니며 번식하는 것과 같이 밈도 모방을 매개로 하여 뇌에서 뇌로 건너다니며 번식 및 자기복제를 실행한다. 종교가 말하는 이타주의는 허구이며, 종교라는 밈이 자기복제를 하기 위한 전략에 불과하다.

과연 도킨스의 주장은 옳은 것일까? 잔혹한 범죄들로 얼룩진 오늘날의 사회현상을 볼 때, 이 주장이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그러나 그도 결론에 이르러서는 어쩔 수 없이 번복하는 자기모순에 빠지고 만다. "순수한 사욕이 없는 진짜 이타주의의 능력이 인간의 또 하나의 독자적 성질일 가능성도 있다"고 입장을 슬쩍 바꿔 버린다. 그는 인간의 자유의지가 우리를 이기적 유전자에 의해 조립된 밈기계의 신분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하는 소망이라고 주장한다. '이기적 유전자론'에서 '이타적 인간론'으로 전향한 것이다. 도킨스도 결국 인간에게는 동물과 달리 자유의지와 양심이 있다고 승복한다. 스스로 양심에 따라 선악을 선택할 수 있는 인간은 결코 단순히 유전자의 명령만 듣는 로봇기계가 아니다. 때로는 잔악무도하고 비열한 죄악을 저지르기도 하지만, 인간에게는 악의 유혹을 이기고 선을 선택해서 행할 능력, 양심과 자유의지를 가지고 있다.

종교는 이 인간의 본성에 숨겨져 있는 선함에 초점을 맞추고 그 선함의 능력을 키워 악함을 이기게 하고자 한다. 그런 의미에서 맹자의 성선설은 일리가 있다. 지금은 벌거숭이가 되어 꼴불견으로 절망적인 상태에 있을지라도, 산은 씨를 뿌리고 묘목하고 잘 가꾸면, 다시 아름답게 꽃을 피우고 나무들을 자라게 할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와 같이 인간의 파렴치한 행위들이 우리의 모습을 아무리 추하게 보이게 했을지라도, 우리의 마음 속에는 아직 선하고 아름다운 꽃나무들을 자라게 할 수 있는 능력이 남아 있다. 우리는 이러한 이타적 인간본성에 희망을 걸고 우리맘 속에 그들을 가꾸고 키워나가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래서 두 번 다시 혜진이와 예슬이의 비극이 이 땅에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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