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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10.10 중앙일보: 칼뱅 전에 퇴계 있었다
 

칼뱅 전에 퇴계 있었다

 

 

 

[중앙일보 2005-05-13]

http://article.joins.com/article/article.asp?total_id=54800

 


김흡영 강남대 교수·신학
전래된 지 불과 2세기 만에 전 인구의 4분의 1을 차지한 한국 기독교의 성장은 놀라운 것이다. 특히 신도 수가 400만 명에 이르는 한국 장로교회의 부흥은 괄목할 만하다. 한국 장로교회는 세계 개혁 교회 가운데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더욱이 한국 개혁교회들 대부분이 장로제를 채택하는 것을 볼 때, 장로교 창시자 칼뱅의 신학이 한국 기독교에 끼친 영향력은 지대하다. 칼뱅신학이 한국에서 대성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칼뱅과 동시대를 살았던 한국 최고 유학자 퇴계 이황과의 사이에 내재한 사상적 유사성이 흥미롭다. 특히 다음 세 가지는 주목할 만하다.

첫째, 인간 이해의 전제가 유사하다. '중용'에 의하면 인간의 본성은 하늘이 부여한 품성, 곧 천명(天命)이다. 성경에 따르면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았다. 그래서 퇴계 인간론의 전제는 천명이요, 칼뱅의 그것은 하나님의 형상이다. 비록 표현은 다르지만, 두 사람은 함께 인간을 초월적 근거(하늘과 하나님)를 가진 관계적 존재로 인식한다.

둘째, 인간성에 대한 이해가 동일하다. 유교의 핵심은 인(仁) 사상이다. 사람 '인'변에 두 '이'자로 구성된 '인'은 문자 그대로 '두 사람'을 뜻한다. 그래서 유교의 수신(修身)-프로젝트는 '두 사람 이루기', 곧 홀로살기가 아닌 더불어 사는 세상의 구현에 있다. '창세기'는 하나님이 사람을 창조하시되 남자와 여자를 동시에 창조하셨다고 말한다. 인간은 홀로 고립된 자아가 아니라 더불어 사는 공동적 존재(男女)로 창조된 것이다. 기독교의 핵심인 사랑은 바로 인간 본성인 이 '공동적 인간성' 성취에 있다. 그러므로 칼뱅신학과 퇴계유학은 인간론에서 완벽하게 만나고 있다.

셋째, 방법론에서 서로 공명한다. 퇴계유학의 기본 방법은 거경궁리(居敬窮理)다. 칼뱅신학의 방법 역시 경건(pietas)과 학문(scientia)으로 압축된다. 결국 그들의 사유체계는 '경(敬)의 생활화와 진리의 탐구'라는 두 축으로 이루어진다. 더욱이 이들은 똑같이 학문보다 경건에 우선권을 두고 있다.

이처럼 퇴계유학과 칼뱅신학 사이에는 놀라운 유사성이 있다. 물론 그들이 추구하는 궁극적 대상은 다르다. 퇴계유학의 목적이 진리(理) 궁구에 있다면, 칼뱅신학은 예수 그리스도를 체득하는 데 있다. 그런데 일단 예수 그리스도를 진리로 믿게 되면, 퇴계유학을 문화적 유전자로 보유하고 있는 한국인에게 칼뱅신학은 그리 생소한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한국에서 칼뱅신학의 성공은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말하자면 칼뱅이 들어오기 전에 퇴계가 사유체계를 미리 예비해 놓고 있었던 셈이다.

그런데 이토록 경이로운 양자 간의 유사성은 한국 교회의 부흥과 더불어 종교문화적 혼돈을 초래하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예컨대 한국 목사들의 설교에서 유교의 5대 덕목인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을 빼면 무엇이 남겠는가? 문제는 조선 후기의 경직화된 유교가 기독교란 이름으로 부활하고 있다는 점이다. 오늘날 한국 교회에서 자행되는 병폐들은 이것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개혁교회의 특성은 진리를 향한 끊임없는 자기 갱신에 있다. 한국 개혁교회의 골통 보수화는 이 기본정신에 어긋날 뿐 아니라, 오히려 조선 후기의 자기 모순에 빠진 근본주의적 유교의 성향을 그대로 빼닮고 있다. 사실 조선 유교는 500년 이상 한민족의 도덕적 근간이 돼왔지만 오늘의 한국 기독교는 교세 확장과 정통-보수 간의 편가르기에만 급급할 뿐, 아직까지 한국 사회의 도덕적 근간 역할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한국 교회는 개혁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칼뱅(신학 전통)도 알아야 하지만 퇴계(우리 문화)를 바로 알아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는 이 시대의 뜻(天命)을 아는 귀가 뚫린(耳順) 개혁적 선비들, 그들의 정신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김흡영 강남대.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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