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신학이 세계 신학으로 자리잡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동안 연구해온 신학과 과학간의 대화도 아시아 전역에 보급되도록 힘쓰겠습니다.”
최근 아세아신학자협의회(CATS) 공동의장에 선출된 김흡영(57·강남대·사진) 교수는 아시아 기독교의 세계화를 추진하는 한편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인 신학자로 활동 중인 디아스포라 아시아 신학자들과 긴밀히 연대해 공동 학술 활동도 전개해나갈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아시아 교회를 대표하는 에큐메니컬 기관과 신학자,신학 교육 지도자들이 참여하고 있는 CATS는 1997년 창립된 뒤 인도 방갈로로,인도네시아 욕야카르타,태국 치앙마이,홍콩 등지에서 2년마다 회의를 갖고 아시아 기독교와 신학의 미래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해오고 있다.
김 교수는 “서구 신학은 이미 한계에 도달,이제서야 기독교가 고향인 동양,곧 어머니의 품으로 돌아왔다”면서 “서구에 의해 지나치게 남성화되고 공격적이 돼버린 기독교를 조화와 신뢰,의리를 근본으로 하는 심오한 동양적 영성으로 순화하고 업그레이드할 책임이 아시아 기독인들에게 있다”고 역설하고 아시아 신학과 한국 신학 정립에 대한 당위성을 강조했다.
“한국 교회는 있어도 한국적인 신학은 없다는 말을 가끔 듣습니다. 하지만 저는 한국 교회 안에 이미 한국 신학이 존재한다고 믿습니다.”
김 교수는 “한국 신학자들은 주어진 숙제를 풀려고 애쓰기보다 잘 팔리는 명품 신학을 모방하는 데 바빠서 문제”라며 “한국 신학의 자립은 한국 교회의 존재론적 가치의 문제”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독특한 개성 없는 신학,즉 구체적인 목소리 없이 남의 소리만 되풀이하는 신학은 사상누각이고 궁극적으로 존재 가치가 없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한국 신학의 목표는 서구 신학의 잣대로 학점을 받기에 급급한 수준에서 탈피,하나님 앞에서 떳떳하게 인정받는 우리의 것이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또 “한국 교회의 진정한 선교는 한국 신학,더 나아가 아시아 신학을 구축하는 것”이라면서 “한국 교회는 교인과 신학자 수가 많다고 자랑하지만 아직 세계적 수준인 기독론과 신론에 관한 책 한 권도 저술해내지 못한 것에 대해 크게 반성해야 한다”고 일침을 놓았다.
김 교수는 “교회가 제사장적 사명을 감당하는 공동체라면 신학은 선지자적 사명을 수행하는 도구”라고 지적한 뒤 “신학교는 목회자를 정금같이 준비시키기 위해 신앙의 불순물을 태워버리는 광야의 용광로가 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 교회는 신학자들의 학문적 자율성을 보장하는 풍토를 조성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프린스턴신학원과 버클리유니언신학원에서 신학을 공부한 김 교수는 강남대 신학대학원장,하버드대 세계종교연구소,케임브리지대 고등종교신학연구소,옥스퍼드대 객원연구원 등을 역임했다. 그는 현재 기독교 신학과 동양문화,자연과학간 대화를 추진하면서 그 같은 매트릭스 안에서 한국 신학을 구상하고 있다.
함태경 기자
zhuanjia@kmib.co.kr
